KIM Shin Hye

SPECTRUM

2020. 12. 03. - 12. 19

전시소개

일상 속 다양한 패키지에 담긴 자연을 소재로 동양화를 그리는 김신혜 작가의 개인전이 12월 3일(목)부터 19일(토)까지 갤러리 오 스퀘어(Gallery O Square)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살라리움, 히말라니아, 카마르크, 퓨어 히말라얀, 플로르드마요 등 다국적의 소금과 소금이 원재료가 된 화장품을 담은 포장용기와 플랜테리어를 위해 새롭게 들인 식물들이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알게 모르게 도시에서 경험하게 되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그의 작업은 용기 수집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작가가 오랜 시간 수집한 포장용품은 자연의 이미지가 담긴 라벨을 부착한 일종의 자연을 담는 그릇이 되는 것입니다. 작은 라벨에 담긴 자연의 이미지는 그녀의 그림 안에서 화면 전체로 확장되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됩니다. 작가는 자연과 일회용 포장용기가 공존하는 풍경을 통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생활 속에서 사고 팔리며 쓰고 버려지는 소금통과 용기들을 통해 우리가 자연을 경험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작가 김신혜는 “사람들은 자연을 많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그것이 어떤 ‘좋은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하는 듯 하다”고 말합니다. 평생 서울 촌놈으로 살아도 자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글로벌화된 서울의 소비문화에 길들여진 작가 자신을 돌아보는 작업이 되기도 합니다.

 

작가노트

 

몇 해, 거의 붓을 잡지 못했다. 그동안 ‘그리기’는 멈추었지만, ‘수집하기’는 계속되었다. 산이나 바다, 꽃과 같은 자연 이미지가 디자인되어 있는 용기들. 생수 페트, 와인병, 음료수 캔 등등……유리병에서부터 종이상자에까지 이르는 패키지들을 모았다.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었던 ‘내 방’ 대신 ‘내 부엌’에 그것들을 조르르 세워놓았다. 부엌과 집 안 여기저기를 오가며 잠깐의 눈길을 주는 정도였지만 그 순간들이 즐거웠고 위안이 되었다. 그 와중에 소금통과 치약 튜브가 눈에 들어왔다. 그 작은 표면에도 산과 바다, 그리고 꽃과 풀들의 이미지가 넘실대고 있었다.

 

자연에 대한 동경이 사람에게 당연하게 탑재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그런 종류에 마음이 끌리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았다. 도시에는 꽃과 풀과 나무, 숲에서 바다까지 수많은 자연의 이미지들이 부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마치 내가 실제로 본 것처럼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많은 시간을 집에 머무르며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 안을 꾸밀 궁리도 하게 되었다. 화분을 하나 둘 들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하나 둘 ‘사기’ 시작했다. ‘식물 상품’은 뿌리부터 잎 끝까지 완벽하게 래핑 되어 완충재를 가득 채운 상자에 담겨 현관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집 안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초록색, 이국적인 모양의 잎사귀, 돌돌 말려 나온 새 이파리가 며칠에 걸쳐 활짝 펴지는 모습들은 또 다른 기쁨과 위로를 주었다. 비록 그것이 원래 나고 자라던 장소도 아니고, 그 기원이 상품으로서의 식물이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 김신혜

작가평론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유튜브 등지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인기가 커진 장르가 있다. 바로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다. 말 그대로 소리(sound)를 활용해서 풍경(scape)을 빚는 청각 콘텐츠다. 갈래는 다양하다. 강, 바다, 숲 같은 자연의 공간을 그린 것도 있고 공항, 광장, 놀이터 같은 인공적인 공간을 그린 것도 있다. 간단히 빗소리나 모닥불 소리만 담기도 하며,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 우주나 심해를 묘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걸 각자의 방식으로 향유한다. 똑같은 해변 소리를 두고서도 즐기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얼마나 정교하고 그럴싸하게 만들었는지에 주목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흘려들으며 분위기만 느끼는 이도 있다. 또 여행에 대한 욕구를 간접적으로나마 해소하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잠을 돕는 자장가 내지 심리적 안정을 위한 백색소음으로 활용하는 이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자기 자신을 노출한다. 어떤 공간에 끌리는지, 어떤 방식으로 즐기는지, 어떤 용도로 활용하는지 등에서 꽤 많은 정보를 쏟아낸다는 뜻이다. 호불호 같은 취향, 자기 안의 심미관이나 평가 기준, 본인의 욕구와 불만, 현재 심리상태 등이 은근슬쩍 드러난다. 이걸 잘 모아서 엮으면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는 수많은 IT 업체들의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클릭하는 모든 건 이처럼 수집되고 분석된다.

나는 김신혜의 그림에도 이런 지점이 다분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의 그림은 ‘소비’라는 행위를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신혜는 일회용 페트와 유리병을 소재로 하는 독특한 산수화를 오래도록 그려왔다.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 소비하는 제품을 매개로 함으로써 그림을 단순히 작품으로만 감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소비는 현대인을 규정하는 핵심 단어다. 무엇을 사서 쓰느냐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김신혜의 그림을 볼 때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투사하게 된다. 상상 속의 절경을 그린 전통적인 산수화와 달리 그의 산수에는 우리의 일상이 스며있다.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상품이다. 내가 즐겨 쓰는 상품, 내가 꺼리는 상품, 처음 보는 낯선 상품을 만났을 때의 감흥이 일단 다르다. 이 과정에서 나의 취향을 은근슬쩍 되새기게 되고 작가의 취향과 일상을 넘겨짚듯 추측하게 된다. 이어서 눈에 들어오는 건 상품의 라벨과 함께 그려진 산수다. 한라산, 독도, 알프스, 복숭아밭이 펼쳐진다. 이 순간 우리 머리에 상쾌한 자극이 주어진다. ‘이 상품 이면에 이런 배경과 정서가 있었다고?’ 그리고 퍼뜩 깨닫는다. 지금껏 내가 그 이미지까지 소비해왔음을. 이를 반복하며 전시회장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자신의 일상을 가볍게 되짚고 소비와 자연의 의미를 환기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과정이 상당히 유쾌한 분위기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소비를 낭비나 허영과 엮어서 나쁜 행위로 몰아가지도 않고, 상품을 매개로 상상하는 자연은 진짜가 아닌 가짜라며 매도하지도 않는다. 즉 선악 구도를 부각해 억지 성찰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소비하는 존재’인 우리를 평범한 도시인의 시선으로 신선하면서도 솔직하게 그릴 따름이다.

몇 년의 공백기를 뒤로하고 돌아온 김신혜의 작품은 이전의 연장선에 놓여 있으면서도 조금 다르다. 이번 전시의 작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소금통, 치약 튜브 등을 매개로 한 산수다. 구도는 종전과 같지만 관심사가 마시는 음료에서 주방/욕실 용품으로 옮겨갔다. 그의 일상이 어느 방향으로 변모했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하나는 이번에 새로 제시하는 플랜테리어(Planterior) 시리즈다. 상품을 매개로 자연을 연상하는 대신 화분에 바코드만 더했다. 상품에서 자연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자연이 상품으로 포장된 구도이니 방향이 반대다. 집을 꾸미기 위해 구입한 화분이 잘 포장되어 배송된 걸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화분들에게서 기쁨과 위로를 얻었다고 하는 걸로 보아 자연이 상품화되는 세태에 대한 거부감을 피력한 건 아닌 듯하다.

김신혜의 작품은 한결같이 소비, 즉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그의 전시를 감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의도치 않게 이런저런 것들을 노출하게 된다. 그림에 담긴 상품에 반가움이나 흥미를 느끼며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과는 전혀 다르고 낯선 소비 패턴에서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에 대해 꽤 많은 걸 알려주는 정보다. 여기서 출발해 소비하는 인간,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우리의 일상과 삶 등으로 질문이 확장되면 좀 더 본질적인 정보를 드러내는 셈이다. 물론 이런 질문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색감, 필치 등에만 집중한다 해도 그 또한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주요한 정보다. 그림에 깃든 이국적인 정경을 보며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이나 욕구불만을 강하게 느끼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그림들을 바라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주목하는 지점, 전시회장을 돌며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 바로 그게 현재의 당신이다. 사람은 각자 나름의 스펙트럼, 즉 관점과 시선을 갖고 있다. 김신혜의 작품은 그걸 은근슬쩍 자극해서 스스로에 대한 정보를 흘리게 만든다. 소비라는 강력하면서도 본질적인 행위를 매개로 에둘러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홍형진 (작가 겸 직장인)

Gallery O Square 갤러리 오 스퀘어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461, 네이처포엠 3층

3rd Floor, Nature Poem Bldg, Apgujeong-ro 461, Gangnam-gu, Seoul, Korea

TEL 02 511 5552  FAX 02 6499 0554  osquaregallery@osqu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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