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Ji Hyun

Our Hero

solo exhibition

2021. 09. 10. - 10. 01

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이되고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것이다.

현재는 끊김없이 과거에서 이어오는 흐름의 파동을 받아 반복되는 시공간이고, 지나간 순간은 새로운 현실속의 기억을 통해 매 순간 다르게 변화하며 되돌아오게 된다. 

 

나는 현실에 안주하지 못한다.

 

넘치면 덜어내고 부족하면 채워야 하며, 빠르면 느리게 느리면 빠르게 되돌려야 한다.

풍요로움은 행복을 느끼기에 앞서 그 지속 가능함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나의 작업세계가 현재를 비틀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오늘날 대중문화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을 수도 있다. 내 작업물은 낯선 즐거움을 표방한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욕망의 소재들과 더불어 추억으로 되새기는 유쾌한 과거의 소재들이 병치되며 이는 욕망의 이면에 있는 동심의 기억들을 함께 투영시키곤 한다.

 

이번 전시는 아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린시절 아톰은 지구를 지키는 수호신이었고 지금의 아이돌과도 같은 존재였다.

나는 아톰을 통해 우주를 날아다니며 끝없이 펼처지는 별들을 가로지르는 상상을 하면서 자랐다.

 

현대의 우리는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가끔씩 현실을 벗어나 친숙한 과거를 불러와 그 속에서 안정을 찾곤 한다.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아톰은 그러한 존재다.

 

이번 전시의 모든 작품은 매우 느린 작업의 결과물이다.

평면에 드러난 색은 비단에 수많은 반복을 통해 얻어지는 작업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현대적인 디지털과 결합된다.

 

현재는 빠르고 숨가쁘게 흘러가며 과거는 느리고 친숙하며 여유롭다.

현대인은 모두가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현실과는 멀어지며 살고 있고 평온함과 행복은 과거의 기억에서 찾고 있다.

 

전통소재의 차용이라는 진중함에 키덜트의 천진난만하고 재미있는 현대적 유희를 더하고 감성을 담아내는 작업의 출발은 나에게는 현실에서의 평온을 약속하는 시작점이다.

이번 전시가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현실에서 행복을 되찾는 유희이자 안식처로의 이정표가 되기를 소망한다.

평론글

오늘날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21세기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이다. 더불어 그 속도와 양태는 그간 인류가 경험해 온 것과는 사뭇 다른 혁명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21세기는 그저 숫자상의 변화가 아니라 그간 인류가 구축해 온 삶의 방식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 버리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사회에서 새로운 지식 정보사회로의 전환은 이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이자 조건이 되었다

.

이러한 문명의 발전과 시대적 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물리적인 시공간은 이미 무력화되었으며,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혼재된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공의 개념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는 그간 인류가 구축해 온 삶의 방식이나 사회적 관습조차 바꿔 버리고 있다. 더불어 그 변화의 속도와 양태, 그리고 속성 등은 전에 없이 빠르고 파격적이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자는 생존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도태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문명의 변화에 따른 시대적 흐름에서 변이되고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현재는 끊김 없이 과거에서 이어오는 흐름의 파동을 받아 반복되는 시공간이고, 지나간 순간은 새로운 현실 속의 기억을 통해 매 순간 다르게 변화하며 되돌아오게 된다.’라는 작가의 이해는 급변하는 세태와는 별개로 한 인간의 본질적인 것들은 이미 일정한 과정을 통해 축적된 것이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러하기에 모든 현상적인 것들에 대해 경계하고 회의하며 그 본질에 천착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매우 평이하고 일반적인 소재와 형태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것은 일상을 기록하는 부호인 동시에 작가의 사유를 개진하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그는 보편적이면서 일반적인 것들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펼쳐 놓는다. 그것은 강요하거나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은근하면서 무겁지 않고, 느리고 침착함으로 풀어내는 절제된 이야기와 같다.

그는 ‘아톰’(Atom)이라는 특정한 이미지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를 통해 발현되는 복합적인 감상들을 견인한다. 잘 알고 있듯이 ‘아톰’은 지난 1960년대 일본 부흥기에 만들어진 공상 만화의 주인공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무대가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21세기로 설정되었으며, ‘아톰’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활하며 인간이 되고자 하였다는 설정이다.

어린아이의 얼굴에 인성(人性)을 지닌 로봇 ‘아톰’은 온갖 우주 괴물들을 물리치고 지구를 수호하는 영웅이었다. 작가를 비롯한 많은 어린이가 ‘아톰’을 통해 우주를 날고 괴물을 물리치는 정의로운 영웅에 매료되었었다. 현실이 늘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울 때 그리게 되는 영웅이나 구원자의 모습이 바로 ‘아톰’이었던 것이다.

작가는 ‘아톰’을 통해 ‘동심’, 혹은 ‘지나간 버린 시간’에 대한 특정한 감상을 제시한다. 그것은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일종의 '복고풍', 혹은 ‘레트로’라 부르는 경향이다. 굳이 지나간 옛것을 드러내는 것은 현실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통해 무엇인가 온전하게 숨고 머무를 곳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오늘의 ‘빠름’이라는 가치에 대해 ‘느림’을, ‘어른의 가치’ 대신 ‘어린이의 동심’을, ‘물질적인 것’을 대신해 ‘정신적인 것’을 제시한다. 비단을 이용한 전통적인 채색법을 운용하는 것은 바로 그 의미의 확장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복적인 과정을 통하여 색채를 쌓아 감으로써 특유의 깊이를 확보할 수 있다. 이들의 관건은 모두 반복적인 수공과 시간의 축적이다. 인공과 자연이 어우러지며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가운데 결과가 드러난다. 그것은 아날로그의 절정이다.

작가가 굳이 이러한 ‘느림‘을 선택한 것은 분명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에 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급변하는 오늘날의 세태는 속도와 효율을 중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비효율적인 과정을 통해 아날로그적 가치를 구현함은 그것이 지닌 고유한 가치에 주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문명이라는 인간적 가치와 자연이라는 천연의 가치를 대비시킴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성찰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물질문명의 절정에서, 또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문득 망실 해 버린 삶의 의미와 행복의 가치, 그리고 여유로움 등 본질적인 가치를 환기하게 해 준다. 그것은 빠르게 변하는 세태에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진지한 위안이다.

작가의 화면은 담백하고 정갈하다. 그리고 익숙하고 편안하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화면에 스며들고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은 지난 것의 발견이라는 희열과 더불어 익숙한 것의 친근함을 지니고 있다. “전통소재의 차용이라는 진중함에 키덜트의 천진난만하고 재미있는 현대적 유희를 더 하고 감성을 담아내는 작업의 출발은 나에게는 현실에서의 평온을 약속하는 시작점이다.

이번 전시가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현실에서 행복을 되찾는 유희이자 안식처로의 이정표가 되기를 소망한다.”라는 작가의 말은 그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건네는 진솔한 메시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