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JI HYUN

레트로피아로의 초대

: 동심으로 전해지는위로와 안식의 세계

2021. 03. 22. - 04. 03

전시소개

동심의 상징인 로봇 아톰을 우리나라의 전통지인 한지를 이용하여 만들어내어 과거 속으로의 추억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 '레트로피아로의 초대 : 동심으로 전해지는 위로와 안식의 세계'가 3월 22일(월)부터 4월 3일(토)까지 갤러리 오 스퀘어(Gallery O Square)에서 개최됩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이 변화에 적응하고 급류와 같은 시대적 흐름에 스며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

작가는 이들이 이따금씩 안식처로 활용하면서 각광받고 있는 '레트로' 문화에 주목하여 속도전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네 시간을 위로하며 쉬어갈 수 있는 그늘막을 만들어내었습니다. 따뜻한 물성의 한지로 제작된 아톰을 통하여 그때 그 시절 속으로 들어가 여유로운 안식을 갖게 합니다.  

​빠르고 새로운 것을 요구받는 공간에서 벗어나 친근하고 여유로운 공간이면서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움을 가득 느낄 수 있는 레트로피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작가노트

 

나의 어린 시절 아톰은 지구를 지키는 수호신이었고 지금의 아이돌과 같은 존재였다.

어린이의 얼굴이지만 엄청난 힘과 날아다니는 초능력을 가졌으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순수한 마음을 지닌 로봇이었다. 나는 아톰을 통해 우주를 날아다니며 끝없이 펼쳐지는 별들을 가로지르는 상상을 하면서 자랐다.

한지로 아톰을 만드는 복제 작업은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레트로 문화를 바라보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의 환경에 지쳐가는 우리는 가끔씩 현실을 벗어나서 여유로움으로 기억되는 친숙한 과거를 불러와 그 속에서 안정을 찾는다.

우리의 전통 종이인 한지도, 작품의 모티브인 아톰도, 우리에게 친숙하고 즐거움을 주던 감정, 오래전에 경험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복고의 코드를 가지고 있다.

나도 그 속에서 평온을 찾는다.

페이퍼보이는 매우 느린 작업의 결과물이다. 오랜 시간 물에 불리고 붙여낸 닥은 시간이 지나면서 모양을 갖추어 가고 서서히 단단해진다. 페이퍼보이는 이렇게 임의로 단축할 수 없는 기다림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빠르게 흘러가고 숨 가쁘며 과거는 친숙하고 느리며 여유롭다. 모두가 현재를 유토피아로 완성시키려 빠르게 살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식처와 같은 행복은 과거의 기억에서 찾고 있다.

나는 페이퍼보이를 통해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오래전의 추억을 소환하고 치유의 공간인 레트로피아로 이끌었으면 한다.

- 이지현

작가평론

 

레트로피아로의 초대 – 동심으로 전해지는 위로와 안식의 세계

주지하듯이 문명의 발전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다. 급변하는 현실은 그간 통용되던 30년 주기의 시대 구분을 무기력하게 한지 오래이다. 이제는 주기보다 어제와 오늘을 구분해야 할 정도로 세태는 급변하고 있다.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실용적 가치의 현실은 치열하고 무한한 경쟁을 일으키며 이러한 상황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강박감과 더불어 심각한 스트레스를 야기하곤 한다. 특히 기성세대로 일컬어지는 이들에게는 가치관의 충돌과 더불어 막연한 불안감마저 유발하게 마련이다. 대가족주의의 전통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기성세대의 사고관은 산업화를 거쳐 정보화 사회라는 대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적잖은 마찰과 모순의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 그것은 때로는 불안과 초조, 또 경우에 따라서는 막연한 상실감과 무기력함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명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복고, 혹은 레트로에 대해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치부할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복고는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일어났던 문화적 현상이다. 우리 사회의 레트로 붐은 급변하는 사회 변화 속에서 무엇인가 충족되지 못하였거나 결여된 것에 대한 욕망의 표출, 혹은 불완전 연소의 상태로 봉인된 삶의 자각에서 비롯된 본능적 추구라 할 것이다.

작가는 아톰(Atom)이라는 익숙하고 친근한 형상을 통해 그 내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잘 알고 있듯이 아톰은 197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다. 깜찍한 외모의 로봇이지만 어린이 같은 해맑은 동심을 지닌 상징이다. 지금이야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등 다양한 과학적 성과들이 일상화되었지만, 당시의 로봇은 가공의 현실 속에서나 가능했던 상상의 산물이다. 하늘을 날고 수많은 적들로부터 인간과 동심을 지켜주던 수호천사와도 같은 것이었다. 작가는 강한 상징성을 지닌 아톰을 한지라는 특정한 재료를 통해 복제하고 있다. 몇 개의 형틀(Mold)를 통해 재현되고 있는 아톰은 기계적인 엄격함이나 금속성의 차가움 대신 한지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 비록 형틀을 통해 제작되지만 그 과정은 전적으로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한지의 두께와 점도는 물론 이를 형틀에 넣고 다지는 과정은 반복적인 노동의 집적과 시간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빠름과 효율을 지향하는 현대사회의 가치와는 다르게 느림과 인간적인 노동, 그리고 시간이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키워드인 셈이다.

로봇이라는 기계적 산물을 수공적인 것으로 수렴함으로써 묘한 대비와 시각적 자극을 유발한다. 또한 부분적으로 형광안료를 도입함으로써 강렬한 물성 대비를 유발함은 작가의 의도를 보다 극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빛을 흡수하여 중화시키는 물성을 지닌 한지에 형광안료를 도입함으로써 빛의 침잠과 반사는 상대적인 어떤 것에 대한 강렬한 암시로 읽혀진다.

본래 인간의 삶은 불완전하여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현실은 물론이거니와 불확실한 미래는 현대인들에게 늘 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를 갈망하게 하였다. 과거 산수화가 삶에 지친 이들을 보듬어 주었고, 문인화가 부조리한 세상에서 사람들의 정신을 다잡아 주었던 것처럼, 급변하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현실에서 벗어나 위로와 안식을 담보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거론한 레트로, 혹은 복고풍의 유행과 더불어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하고 있는 오늘의 세태는 그만큼 이 시대가 그러한 것들을 고대하고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아톰이라는 상징을 통해 급변하는 현실에서 상처받거나 잃어 버린 소중한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우리의 전통 종이인 한지도, 작품의 모티브인 아톰도, 우리에게 친숙하고 즐거움을 주던 감정, 오래전에 경험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복고의 코드를 가지고 있다. 나도 그 속에서 평온을 찾는다.’라는 작가의 말은 바로 이에 대한 확인인 셈이다. 느림과 수공, 시간, 그리고 한지라는 독특한 물성의 전통재료를 통해 전해지는 그의 메시지는 현실에 대한 조용한 사색이자 삶에 대한 진지한 사유로 읽혀진다.

인간은 예술을 통해 꿈을 꾸고 과학을 통해 그것을 구현함으로써 발전하여왔다. 예술이 꿈꾸는 세상은 늘 현실과는 유리된 이상적인 것이었다. 급격한 문명의 발전과 변화 속에서 새삼 인간적인 삶과 그 의미를 찾고자 하는 현실에서 작가는 ‘레트로’의 가치를 시대정신으로 수용하였다. 그는 이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안식, 그리고 꿈 꿀 자유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페이퍼 보이를 통해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오래전의 추억을 소환하고 치유의 공간인 레트로피아(retropia)로 이끌었으면 한다.’라는 작가의 말은 이 모든 것들을 포괄하는 말일 것이다.

-김상철(동덕여대 교수. 미술 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