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O Square 갤러리 오 스퀘어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461, 네이처포엠 3층

3rd Floor, Nature Poem Bldg, Apgujeong-ro 461, Gangnam-gu,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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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Hun Chung

 

Part.1  Ceramic 2019.11.20. - 12.31

 

Part.2  Documentary 2020.01.08. - 01.17

작가노트

도예가가 빚어놓은 그저 흙덩어리인지 그릇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사물을 보며 만든 이의 의도를 조금이라도 엿보려고 노력했을 때가 있었다. 그리고 사물을 만들면서 그 내용과 기능을 보는 이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애를 썼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타인의 작품이나 처음 보는 사물을 접할 때 그것을 이해하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고 편안히 눈 안에 담아두는 버릇이 생겼다. 요즈음 나는 작업을 할 때 ‘계획과 그것에 따른 실천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관객들에게 내용을 이해하도록 강요하는 것, 이 두 가지 모두 나의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솔직한 감성을 가로막는 지성에 의해서 지배되는 일종의 폭력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슴으로부터 손끝으로 이루어지는 결과에 대한 기대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행위들은 내 몸 속에 적재된 기억들을 밖으로 뱉어놓으며 정신적 여행을 반복한다.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작업의 원천인 동시에 작품활동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눈과 가슴 그리고 작업을 통한 나의 여행은 주로 과거 인간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공간과 시간 안에서 이루어지며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역사라는 긴 여정의 여행을 경험한다. 그 행위는 나에게 이 문화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소박한 존재가치와 기능을 부여해 주기에 충분한 역할을 한다. 여행은 매우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그 달콤함을 얻기 위해서 때로는 참기 힘든 혼돈 속의 고통과 여행의 달콤함보다도 더욱 유혹적인 신기루와도 같은 작은 타락과 마주치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서 세상은 엄청나게 빠르게 흐르는 급류와 흡사하게 느껴진다.
반면에 내 몸 속에 조용하게 고여있는 연못이 하나 있다. 나는 한쪽 발을 내 마음속의 고요한 연못 속에 살며시 담근다. 잠시 후 나는 그 행위를 통하여 극한적 혼돈을 느끼고 비로소 그 공포 앞에서 전율한다. 나는 그 혼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양쪽 발을 번갈아 가며, 때로는 다른 한쪽 발을 깊이 디뎌보기도 한다. 그리고 서서히 그 혼돈 속에 익숙해져 간다.


아직까지도 어렸을 적에 시이소 타기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던 생각이 난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누나의 탄력에 의해 하늘로 치솟으며 멀리 보이던 담 너머의 공장들 그리고 나의 체중에 의해 내려지며 조금씩 커졌던 파란 하늘, 그 균형잡기를 통한 작은 여행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나는 아직도 지성과 가슴, 바깥 세상과 내 안의 연못 그리고 멀리 보이던 담 너머의 공장들과 파란 하늘 사이에서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시이소 게임을 즐기고 있다. 시이소 게임조차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없이는 그 자그마한 세상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며 적당한 긴장과 리듬감이 없이는 힘든 일이다.